회원 인터뷰 12 : 김혜미 님

음악회도 하고 합창도 하고
파티도 하고 토론도 하고..
가끔 스스로 궁금해요.
이 독서모임의 정체성은
대체 뭘까..


아그레아블 회원 인터뷰


인터뷰 열 번째김혜미 님
2016년 12월 24일 첫 참여한 회원
가져온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미술책만 가져와 미대 출신인 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첼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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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분 모셨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첼로를 전공했지만
서양미술이 더 친숙한 김혜미고요,

음악미술여행전시카페를
너무 좋아해요취미가 다양한 게 취향이에요.
 

 

 




 
첼로도 켜고 책도 읽고..
엘리트의 향기가..

첼로는 엄마 권유로 시작했어요.
맏딸이라 좀 특별한 악기를 가르치고 싶어
하셨는데 저는 재능보단 노력파였어요.
첼로하는 오빠들이 멋져보여서
열심히 하기도 했던?..
 
책도 원래 안 읽어서 책 얘기 하면
공감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땐가,
책을 읽어봐야겠다 했던 게 동생 책이었는데 
하필 그게 미술책이었어요.
 



책을 안 읽던 분이 미술책부터..?
미술책이라 하면 박물관 해설 같은
딱딱한 책들이 떠오릅니다만.
 
그때 기억에 남는 책이 <파리의 화상 볼라르>
라는 책이었는데요그림상이었던 볼라르가
당대의 화가와 그림을 만났던 이야기예요.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908)


무명 시절의 피카소를 만난 이야기,
당대에 무시받았던 그림 이야기,
명작을 헐값에 넘긴 이야기 등등..

사람을 만난 이야기다보니 
그림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요.

마네가 누구고 피카소가 누군지 몰랐는데도
당대의 화가들, 시대의 흐름, 분위기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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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음악사가 아닌
미술사에 빠지셨나요?
 
미술사가 세계사적인 사건들과
더 연결고리가 많아서 재밌어요.
미술사를 알면 세계사의 지도가 그려져요.
  
그림은 왕의 초상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권력과 함께 움직였거든요.
옛날 주화나 메디치 가문만 해도 그렇잖아요.

 

콘스탄티누스 2세 (좌) , 콘스탄스 (우)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래서 한 작품과 그 작품의 시대를 알면
역사적 유행들도 다 따라와요.
미술에서 시작해서 철학, 문학이 다 연결돼요.
책도 그래서 더 읽게 되고요. 

 


미술과 책이 연관이 많다는 건 어떤 거죠? 

미술이 문학이랑 연관이 많아요.
화가들의 생애를 보면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평론가나 작가 같은 문인인 경우가 많거든요.
세잔은 에밀졸라와 죽마고우였고-에밀졸라가
작품에서 세잔을  찌질하게 묘사해서 절교했지만요-,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라파엘은 존 러스킨피카소는 기욤 아폴리네르
등등.. 말라르메와 마티스의 관계처럼
문학을 그림화한 작품도 많고반대로
문학에서 미학을 다룬 책도 굉장히 많아요.

(음악도 그림으로 그리지 않나요?)

음악을 그린 사람은 19c 칸딘스키 이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영감받은 작품 <즉흥19> / "오페라의 관현악곡을 들으며 나는 머릿속에서 내가 아는 모든 색을 보았다.” - 칸딘스키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역사이다보니 혼자 읽기엔 힘들 것 같은데

네 맞아요지금처럼 심하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렇게까지 푹 빠진 건 한 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서양미술사를 시대별로 훑고
아그레아블에 와서 서양미술사 모임을 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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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같이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공유하는 거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의 지도가 그려져요.
전에는 책을 읽고 왜 모임을 하는지 몰랐는데
한 번은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한 거예요그런 점에서
모임은 대화의 장인 것 같아요.



 
다른 모임도 가보신 걸로 아는데
아그레아블에서 활동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모임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요,
우선 아그레아블은 발제의 부담이 없어요.
그리고 커뮤니티의 응집력이 좋고,
무엇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프로그램이
저랑 취향이 맞아요.



 
그 분위기와 취향이란?

 살롱문화 같달까..?
살롱이라는 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도 같이 감상하고 예술이나 사회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대화의 장이잖아요.
그래서 프랑스 예술문화가 19세기에
폭발적으로 융성해졌고.

아그레아블이 좀 그런 느낌이에요.
저마다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가 가진 것을 얘기하고그러다보면
내가 지닌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있고.
학문의 융합이 재밌다는 걸 여기 와서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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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우선 박종철 LIVE 때 같이 연주한 거요.
제가 독서모임 나와서 음악 관련된 활동을
해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종철님은 락음악을 하시는데 저는 클래식음악
이다보니 콜라보레이션이 재밌었어요.

박종철 LIVE. 1


코스모스 모임도 과학이지만 철학이고,
서양미술사는 미술이자 역사이자 철학이고..
다양한 융합이 있어요.

 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합창단도 좋아요.


음악회도 하고 합창도 하고
파티도 하고 토론도 하고..

가끔 스스로 궁금해요.
이 독서모임의 정체성은 대체 뭘까..



 
아그레아블도 아그레아블이지만
이 모든 걸 다 하고 계신 혜미님이 더 대단해요.

관심사가 많아지면 재밌는게 더 많아져요.
지나가는 성형외과 간판만 봐도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아요. "빼볼래용저거 누구누구의
그림인데어 저 창문은 몬드리안인데" 하고..

연상되고 연관되는 것들이 생기니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많아져요.

전에 유럽 여행가서 본 한 장면이 너무 공감돼요.
 



그게 뭔가요?

이탈리아의 한 유적지에서 본 건데요.
어떤 외국인 어머니가 아들한테  묻더라구요

"can you imagine?"

그랬더니 유적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아이가.

 "yes, I can!" 

하는 거예요.

알지 못하면 유적도 그냥 돌덩에 불과하지만
알기 시작하면 돌덩이 하나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요.
 



[김혜미의 인상 깊은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5.12.18.

100명의 예술가와 200여점의
작품이 등장하는 방대한 책.
모든 학문의 장르가 책 속에서 이야기가 된다.
과학이기도 하고 문학이기도 하며 미학이자
사랑이기도 한 이 책놀라움의 결정체다.
 


인터뷰어 : 가든
2014년 5월 17일, 모임에 처음 참가했다가 어쩌다 보니 아그레아블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가져온 책은 <삶을 위한 철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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