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8 : 최병인 님

모임 사람들은 현재를 이야기한다.
유쾌하게. 이건 서로의 과거를
모르기에 가능한 거다.
서로의 현재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아그레아블 회원 인터뷰


[여섯 번째. 최병인]
2016년 6월 11일 첫 참가한 회원.
당시 가져온 책은 윤대녕의 <누가 걸어간다>.
의상과 나온 걸 후회한다는 전직 패션디자이너.
말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묘하게 튀는 재주가 있다.
특유의 단호박체를 구사하는 인물로..
인터뷰도 단호하고 스피디했다.



이름과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 최병인.
33세.
소띠.
천칭좌.
A형.
2남 중 차남.
무직.



모임 나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1년 반.




왜 나왔나요

심심해서.

..


2016. 6. 11




좋자고 하는 취미니까





굳이 책 모임을 온 이유는?

책 좋아해서.




구체적으로 좀..

책 읽고 생각을 안하면 휘발되니까?
모임을 해도 휘발되기는 하는데요,
전에는 99%가 휘발됐다면 지금은 70% 정도.




아그레아블을 고른 이유는 뭐죠?

네이버에 쳤는데 제일 먼저 떠서.




구체적으로 좀... 말해주세요

폐쇄적이지 않아서요.
책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자주 안 나온다고
강퇴당하지도 않으니까.

전 성격은 맞춰도 취향은 맞출 수 없어요.

아그레아블은 선호함과 선호하지 않음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아요.
좋자고 하는 취미에 제약이 웬 말이죠.



 

인스타만 봐도 취향 확실



다른 취미도 있나요?

필름카메라.

필카는 수동초점이라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 쉽지만, 꼭 중요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이 순간에 셔터를 왜 눌렀는지 아니까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함이라기보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셔터를 눌렀는지 아니까.



 

 

아그레아블의 기억꾼 최병인 / 사진_최병인






재미없으면 안 왔지




이렇게 잘 말할 수 있으면서 왜 자꾸 단답하죠?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개 책모임에 오는 이유가
깊게 생각하고 싶어서 아닌가요

그냥 책 좋아서 왔어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저란 사람이
보이는 대로 믿는 타입이라는 겁니다.




직관적인 사람이라는 건가요

필요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는 만만한 사람이고 싶고
가벼워 보이고 싶어요.

타인이 내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도 타인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드러나는 것만 보고,
필요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성가신 건 싫어요. 모임 처음 나올 때도
별 기대 없이 나왔습니다.




근데 자주 나오시잖아요.

재밌어서.

(네 구체적으로)

음…처음엔 평소처럼 거리를 두려 했는데.
이런 말은 상투적일 수 있지만,
모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피곤해졌어요.

재밌는 게 뻔히 보이는 데 거리를 둬야 하나?
모였다 하면 새벽 3시에 맥도날드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런 거 너무 재밌어요.

 

 

재밌으니 나오지 / 사진_최병인





유쾌함이 좋아



모임에 좋은 사람이 많았다고 했는데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죠?

유쾌한 사람.


*실제로 아그레아블(agreable)의 뜻은
'유쾌한,즐거운'입니다..소오름..



겉으로만 유쾌할 수도 있잖아요.

네. 그치만 보이지 않는 면까지
굳이 꿰뚫어 볼 필요가 있나요?
누구나 타인을 모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보이는 것만 받아들여요.

 기준에 유쾌한 사람이라는 건,
드러나는 삶의 태도가 유쾌한 사람들.
모임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명쾌하달까..단순하달까..
직장생활 잘 할 것 같은 성격인데.

하지만 무직이네요.




....음..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뭐죠?

첫째, 모임 형 동생들이랑 해외여행 다녀온 거.
둘째, 임리더 정리더 결혼식에서 축가 부른 거.
셋째, 한강공원에서 버스킹한 거.


7일 동안 큐슈살이


진심으로 축복하며 노래할 수 있어 좋았고,
사실 무대공포증이 있는데 공적인 장소에서
악기를 다룬 건 정말..

(그냥 북 치지 않았어요?)

북 무시하세요?..


 

(좌) 2016.11.26 임리더 정리더 결혼식 / (우) 2016.10.9 아그레아블 한강공원 버스킹



모임친구와 동네친구는 어떻게 다르죠?

다 똑같은 친구지만
굳이 다름을 찾는다면
대화의 내용?

동네친구들과 만나면 속마음 혹은
삶의 고충을 얘기해요.
재밌는 이야기들은 대개 옛 추억들.
서로 과거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반면 모임 사람들은 현재를 이야기하죠.
유쾌하게.
이건 서로의 과거를 모르기에 가능한 거예요.
현재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요.


 

 

너와 나의 연결 고리 = 현재 / 사진_최병인



스스로 선택한다는 게 중요해


운이 좋아서 본인 성격과 아그레아블이
잘 맞았던 건 아닐까요?

큰 집단에서 성격은 문제가 아닌 거 같고.
서로 워낙 다르고 다양하니까.

내가 모임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거에 있어요.
아그레아블은 내가 처음
자발적으로 선택한 커뮤니티예요.

직장이나 학교는 사실 주어진 서클이고.
싫어도 가야만 하잖아요.
그치만 여기는 참석하는 것도,
친해지는 것도 모두 자기 선택이에요.

어떤 멤버와 같은 조가 되는지는 랜덤이지만
조는 매번 바뀌고, 이 모임에 정을 붙일지 혹은
멤버들과 친해질지는 모두 자발적이니까.



현재 무직인 것도 자발적인가요?

네.



지금 자영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죠?

재밌을 거 같아서.

아지트를 갖는 게 꿈이었어요.
<한밤의 쇼핑> 이라는 독일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서 항상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요.

시간이 남거나 심심하거나 퇴근했을 때
어딘가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거.
그게 항상 갖고 싶었어요.
아그레아블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틀고 싶은 영화 틀고,
듣고 싶은 노래 듣고.
베짱이처럼 살고 싶어요.


그래서 발리에서 한 달 있다오신 분




원래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워요?

고2 때 만화책 반납한다고 나가서 3일 뒤에
집 들어갔는데 전화 한 통 안 오더라구요.

(안 혼났어요?)

밥 먹으라던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그레아블은 자유롭나요?

그쵸. 결정권을 멤버들한테 넘겨주니까.




아그레아블은 어떤 모임 같아요?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 생산하는 사람이
모여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느낌?
책을 읽는 것부터해서.




책 읽으면 크리에이티브한가요?

내가 그러려고 하니깐 그렇게 믿는 것뿐이에요.




전 어떤가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 같나요?

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최병인의 기억에 남는 책]

조서

저자 르 클레지오

출판 민음사

발매 2001.10.15.

해체적인 묘사가 인상적인 책.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줄거리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작가가 포착한
순간순간을 연결하며 읽어야 재밌다.
묘사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인터뷰어 : 가든
2014년 5월 17일, 모임에 처음 참가했다가 어쩌다보니 아그레아블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가져온 책은 <삶을 위한 철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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